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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글로 표현하면,

2009. 6. 24. 22:32
끔 책을 읽거나 인터넷으로 뭔가를 찾다가 혹은 다큐를 보다가 머릿 속에 어떤 소재에 대해 많은 생각들이 순식간에 진행되고 그럴싸한 결론을 내려보고 만족스러울 때가 있다. 꼭 그 생각의 끝에 결론을 맺지 못하더라도 어느 정도로 진행된 사고의 과정 자체가 내 생각의 깊이를 깊게 해준다고 생각해서 기분이 좋다. 이 때에 주로 생각의 대상이 되는 것은 추상적이고 평소엔 고민 외로 밀쳐내었던 것들이 많다. 이런 소재들에 대해서는 평소에 뭔가 생각해보려해도 잘 되지 않는데 어떤 것이 계기가 되면 나름대로 결론을 내고 나만의 학(..은 좀 거창하고), 나만의 생각(다른 단어는 뭐 없을까..)을 갖게 해준다.

그렇게 생각해낸 과정과 결론을 잊어버리기 너무 아까워서 가끔 생각나자마자 글로 적어볼 때가 있다. 그런데 막상 글로 표현하려고 하면 여러가지 문제가 생긴다.

첫째, 만약 생각이 시작되거나 생각의 도중에 얼른 메모를 남기려고 적어내려가다보면 그 사고의 흐름이 더 이어지지 않고 현재 생각했던 것에서 멈춰버리는 경우가 많다. 차라리 메모 따위 신경쓰지 않고 아무 거리낄 것 없이 생각의 나래를 펼치는 것이 더 낫다.
둘째, 나름대로 어떤 결론에 도달해서 생각을 멈추고 메모를 하려고 하면 잘 기억이 나지 않거나, 다 적고보면 왠지 여기에 적은 것보다 뭔가 더 많은 내용이, 의미가 있었던 것 같아 계속 찜찜하다. 오히려 결론에 있어서 뭔가가 왜곡된 것 같아서 차라리 아니 적느니만 못한 것 같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다.
머릿 속에서 생각이 진행될 때는 마치 화선지에 먹물이 번지는 것과 같다. 여러 방향으로 다양한 경로로 생각이 이어진다. 다만 경계가 희미하다. 나중에 잘 기억나지 않고 애써 떠올려보려해도 불분명하다.

생각을 글로 정리하면, 그것은 매직으로 선을 긋는 것과 같다. 확실하게 그릴 수 있지만 면적이 너무 좁다. 자유롭게 둥글게 생각을 뻗쳐나갈 수 없고 틀게 갇힌 느낌이다. 아직 나의 글솜씨가 많이 모자라서 그런가...

그래서 몇 번 글로 남겨보려고 하다가 이제는 그냥 잘 안 적게 됐다. 그냥 속편하게 '기억이 안나는 것 같아도 내 무의식에는 이런 사고의 과정이 다 새겨져 있을 꺼야' 라고 생각해 버린다.

그래도 가끔 다른 사람들의 블로그를 방문해서 블로그 주인의 essay 같은 것들을 읽다보면 아 나도 여지껏 이런 단상들 몇 개 정도는 블로그에 올릴 만한 것이 있었는데..  하며 아쉬운 마음이 든다. 차라리 생각을 글로 정리하는 습관을 계속 들이다보면 나중엔 그게 익숙해져서 다양한 글들을 남길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그 과정에서 자유롭게 사고하는 과정을 잃어버릴까봐 두려워서 시도해보지 못하고 있다...? 이 말은 왠지 구차해.

그동안 블로그를 만들어놓고 포스팅을 거의 못한데 대한 작은 변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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