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션이 단순하면 실행이 쉬워진다.

2010. 7. 24. 12:47
습관에 대한 KBS의 다큐를 보다가 알게 된 것이 있다.
좀 더 구체적이고 명확한 행동목표를 가지면 실행하기가 쉬워진다는 것이다. 가령, '한달동안 영어공부하기' 보다 '한달동안 하루에 4p씩 영어책 읽기' 라는 지침이 더 실행하기 좋은 계획이다. 영어공부를 어디서 부터 시작해야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으니까 말이다.

그 땐 아 그렇구나 하고 그냥 흘려버렸는데 그 이후로 이것과 연관되어 생각되는 것이 몇 개 있었다.
학원에서 아이들에게 과제를 내줄 때도 말이다. '너희들 1단원 끝나면 뒤에 exercise 문제 풀어오는 것 알지? 그거랑 2단원 단어암기랑 다음 시간까지 과제다'  라는 것보다 '자 1단원 끝났으니까 18p exercise 풀어오고 다음 시간에 바로 단어시험 볼꺼니까 2단원 20p 단어 외워올 것. 못하면 나머지 공부다!' 라는 게 좀 더 구체적인 지침이고 아이들이 실행하기에 더 좋다는 것이다. 여기서 한단계 더 나아가면 매 시간 문법 내용을 요약한 hand-out 끝부분에 과제를 아예 적어주면 어떨까?  너무 떠먹여주는 식이라 오히려 아이들이 손을 놓아버리진 않을까?  그래도 두루뭉술하게 설명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다.

자주 가는 백반집에서도 비슷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이 집은 다른 메뉴는 전혀 없이 백반만 팔고 있었는데, 이것이 점심 때마다 이 집을 찾게되는 요인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김치찌개를 먹을까 콩비지찌개를 먹을까 고민할 필요 없이 그냥 찾아가면 알아서 나오니까 말이다. 선택의 자유를 빼앗으면 몹시 못참아하는게 사람이지만 또 막상 무엇을 선택할 지 물으면 망설이는 것 또한 사람이다.

게다가 만약 이 집에서 백반 외에 1000원 2000원 더 비싼 상위메뉴를 팔고 있었다면, 그것이 고객에게 '아 오늘은 돈도 여유가 있고 좀 맛있는 걸 먹고 싶으니 5000원짜리 메뉴를 골라야겠어' 라는 선택의 자유를 줄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평소엔 별생각없이 맛있게 먹던 백반을 '하위메뉴'로 만들어 백반에 대한 인식을 평가절하 시키는 역효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것이 다양한 메뉴를 갖추고 있는 식당보다 다양한 밑반찬이 나오는 단 하나의 백반메뉴만을 제공하는 백반집에 더 발길이 가는 이유이다.





선택의 자유를 외치고 있지만 실상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매우 게을러서 너무 많은 옵션이 주어지면 선택을 보류하거나 포기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고로, '당신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소'라는 느낌을 주지 않는 한도에서 '최대한 심플하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사람들을 유인하는 노하우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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