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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문가 떡볶이 노점상과 트위터

2009. 12. 9. 04:25
새벽 한 시에 카페일을 마치고 집으로 와 컴퓨터를 킨다. 트위터를 통해 새 트윗을 확인하고 한RSS를 통해 관심 블로그들을 찬찬히 읽어본다. 그리고..   그 순간이 찾아온다.

륵...........

야식의 유혹이다. 오늘은 특히 점심을 늦게 먹어서 저녁을 거른 것이 생각나버렸다.
이런! 트위터에 누군가가 떡볶이 사진을 올렸다. 이쯤 되면 참을 수가 없다. 나는 원래 자기합리화의 달인이다.

오늘도 새벽 6시는 돼야 잠을 자겠지. 지금 빨리 떡볶이를 먹어 치우면 전부 소화시키고 잘 수 있어. 시험기간이잖아. 떡볶이 먹고 공부 좀 하다 자는거야. 내일은 수업도 널널하다!!

결국 츄리닝 바람에 야상 하나 걸치고 자주 가는 쌀떡볶이 집으로 향한다.
가는 길에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그 생각이 이 포스트를 작성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처음에는 이런 생각에서 시작했다.
'혼자서 저렇게 장사하려면 심심하겠다..  아이폰 가지고 트위터라도 하고 있으면 재밌을텐데.'

그러다가..   '트위터로 홍보를 해보면 어떨까?'
'먼저 학교 게시판에 '저는 후문가 횡단보도 앞에서 쌀떡볶이를 팔고 있는 OOO입니다. 제가 노점하며 심심할 때마다 트위터라는 것을 주로 하는데 우리 인하대 여러분들 중에 트위터 하시는 분 계시면 팔로우 해주세요. 제 아이디는 @roksama 입니다. ^6^' 라는 식으로 글을 올려 팔로워를 모으고...  가끔 새벽에 한산할 때쯤 깜짝 이벤트를 여는거다.'

자 우리 친구들 야식 타임입니다! 앞으로 한시간 내에 저에게 와서 '안녕하세요. 트위터 보고 왔습니다.' 하는 모든 분께 동반 2인까지 포함해서 떡볶이랑 오뎅 무한제공 하겠습니다^^
라고 말이다.

후문가 횡단보도에는 떡볶이와 순대, 핫도그 등을 파는 노점상이 밤에만 5개나 된다. 밤이 깊어도 유동인구가 꽤 많은 탓이다. 특히 금요일에는 밤에도 낮 못지 않게 북적댄다. 게다가 자취방이 밀집된 지역과도 멀지 않다. 한 밤중의 공짜 야식이라...   나라면 당장 달려가 볼 것 같다. 오늘처럼 트위터에서 떡볶이 뽐뿌가 밀려오는 날이면 더욱 더!

후문가 유동인원과 자취생들 중 1/10이 트위터를 하고 그 중에 1/3만 팔로우를 맺어도 족히 4~50명은 되지 않을까. 이들은 함께 트위터를 하는 것만으로도 동질감을 느끼고 쉽게 단골로 인연을 맺을 수 있을 것이다. 가끔 재밌는 이벤트까지 겸한다면 더할 나위 없다. 후문 유동인구가 내 생각보다 많고 또 트위터 유저 비율이 늘어난다면 그 효과는 훨씬 클 것이다.

뭐..  두서없고 수치적 근거도 없는 잡생각이지만 머릿 속에 이런 생각을 한 번 떠올려 본 것 만으로 인터넷에서 보던 트위터 활용 사례들을 가까운 현실에 적용해 보았다는 작은 성취감 같은 것이 들었다. 내가 노점상을 하고 있다면 이 방법을 정말로 활용해 볼 것이다. 좀더 구체화 시켜서 말이다.


그나저나..
츄리닝 바람으로 달려나온 게 무색하게 쌀떡볶이 파는 형은 이미 문닫고 집에 간 모양이다. 하긴 시간이 벌써 새벽 3시 20분이니.. 그냥 어느 아주머니가 하는 노점에서 떡볶이를 사왔다. 이 집 떡볶이는 처음 먹어본다. 쫌 매울거라고 하시는데 난 원래 매운 떡볶이를 좋아한다.


그런데 맛이..  솔직히 쌀떡볶이만 못하다.
쌀떡볶이는 씹는 질감부터가 쫀득쫀득하니 입에 착착 감기고 고추장도 진짜 집 고추장처럼 매콤한 향이 나는게 먹다보면 속에서 불이 당기지만 물을 마셔가며 씹는 것을 멈출 수가 없는데. 보통 떡볶이는 확실히 떡이 맛이 없다. 이미 불어서 퍼져 있다.

쯧!
만약 쌀떡볶이 파는 형이 트위터만 했다면, 
그래서 '오늘 장사 여기서 끝~!' 이라는 짧은 트윗만 날려줬다면
나는 오늘 일찍 마음을 접고 잠자리에 들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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