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기와에서 먹은 매운돼지갈비찜

2009. 6. 24. 23:03
카자흐스탄, 알마티에는 한식당이 여러개 있다.
미소, 만남(고려인), 청기와, 신라, 로뎀 등등인데 한 10개 가까이 되는 것 같다.

이 중에 우리가(에코비스 주재원 분들과 나) 자주 가는 곳은 회사에서 제일 가까운 만남이라는 고려인이 운영하는 한식당이다. 김치찌개가 맛있어서 나는 거기가면 거의 김치찌개를 먹는다. 고려인이 하는 식당요리는 보통 우리 입맛하고는 좀 안 맞다는데 이 식당은 제법 맛있게 잘한다. 우리 회사는 알마티 시내에서 20~30분 정도를 더 차를 타고 가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식당들은 차로 4,50분 정도를 가야 도착한다. 그에 비해 이 '만남'은 15분 정도면 갈 수 있기 때문에 지겨워도 찾게 되는게 사실이다. 뭐 대부분은 도쉬락(컵라면)이나 현지 음식을 기사아저씨를 통해 사와서 먹지만..

가끔 큰 맘 먹고 시내까지 가서 점심을 먹을 때가 있는데, 이 때 주로 이용하는 곳이 청기와라는 식당이다. 한국인 주방장이 요리를 정말 맛깔나게 잘해서 갈 때마다 뭘 먹을지 고민이 되는 곳이다. 바로 옆의 로뎀도 괜찮지만 사장 할머니가 쫌...  부담스러우셔서(혹 몇몇 분들은 카운터 위에 걸린 이명박 대통령의 액자 때문에) 잘 안가게 되는 것 같다. 이 외에 알마티 유일의 한국식 중국집인 '진짜루'에 가끔 짜장을 먹으러 가기도 한다.ㅎㅎ

자 이제 식당 홍보대사 같은 글은 그만 적고 어제 먹은 맛난 갈비찜 얘기를 좀 히히

어제 아침, 늦잠을 자는 바람에 아침은 커녕 제대로 씻지
도 못하고 온 탓에 배가 무~척 고팠던 점심 때.
누나들과 합심하여 큰맘 먹고 청기와에 가기로 했다.(뭐 사실 그렇게 큰 각오를 하고 가는 건 아니지만..)

원래 고기를 구워먹을까 했는데 미라누나의 추천으로 '매운 돼지갈비찜'을 시켰다.
난 사실 요 몇일 매운거 먹으면 담날 설사에 속쓰림이 와서 다른 거 먹자고 말하고 싶었지만, 사실 매운 음식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냥 먹고보자 싶어서 암말 안했다.(이 얼마나 훌륭한 선택이었나)


모양새부터 맛깔스러운게 벌써부터 기대 이상이었다.
그 맛 또만 적당히 매우면서 매콤짭쪼롬한게 진짜 군침이 줄줄 흘렀다.
한 입먹고 블로그에 올릴 생각에 사진 찍으면서 먹고 싶어 어찌나 안달이 나던지

내가 카자흐스탄에서 먹어본 중에 단연 최고의 맛이었다.


정갈한 반찬 또한 맛깔스럽다.

카자흐스탄에서는 좀 비싸긴 해도 이런 맛난 한국 음식들을 맘 내키는데로 먹을 수 있다.
아니 알마티에서는이라고 해야겠다. 다른 곳은 한식당이 거의 없으니..

누나들이 참 맛있게 갈비를 뜯고 있는 사진도 한장 있지만...   프라이버시 상 첨부하지 않았다.ㅎㅎ

아 배고파..  또 먹고시펑
,

일상과 여행.. 그 중간에서

2009. 5. 5. 19:12
처음에 이 카자흐스탄으로 왔을 때,
5개월 여의 인턴쉽 기간 동안 철저히 현지 문화에 파묻혀 지내고자 햇었다.

'모든 카자흐스탄 인들과 친구과 되리라...  그들이 지저분한 손으로 구역질나는 음식들을 퍼먹더라도 나도 또옥~같이 함께하리라'

'매 끼니 물 대신 양젖을 먹겠지? 두고봐라, 나도 또옥~같이 먹는다,  한비야가 그랬거든..  어린 소녀가 준 꼬질꼬질한 빵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 주변 사람들 모두 환호하고, 그렇게 친구가 되었다고'

사진은 글과 관련이 없습니다. 여기는 티벳이라는 군요?! :::사진출처::: blog.ohmynews.com/transville/249625





그러나

그러나 하니까 알겠지?   약간의 반전

막상 와서보니 그들 젊은이들도 한국의 젊은 사람들이 먹는거 똑같이 먹는 거이 아닌가.
맥도날드랑 버거킹은 없어도 (맥버거, 킹버거는 있음), 왠만한 패스트푸드점이나 이태리 레스토랑은 거리 곳곳에 다 있고 한국 식당도 5손가락에 다 꼽을 수 없을 정도(6개?)이고 한국슈퍼에는 신라면에서 둥지냉면은 물론이요 젖갈, 김치, 녹두 폼클렌징까지 없는 것이 없어 그야말로 먹는 데 불편함이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아 물론, 현지 음식 찾아다닐 수도 있었겠지만 일단 주변에 계신 분들 먹는데 따라가서 먹고 했으니까. 오죽했으면 처음 2주 동안 입에 들어간 현지 음식이란 점심 때 시켜먹은 라그만(위구르 전통 기름국수)이랑 현지식 쇠고기덮밥이 전부일 지경이었다.

이것이 바로 라그만. 처음엔 라그만 특유의 맛과 향이 독특하고 괜찮았다. 허나 이상하게 한 번 질리고 나니 더는 냄새도 맡기 싫더라.


원소 주기율표에 있는 모든 자원이 존재하는 나라이고 천연가스 및 석유 매장량이 엄청난 나라인지라 온동네 아파트마다 중앙난방 빵빵하였고, 온수는 사시사철 펑펑 나온다니 기름값에 벌벌떨며 보일러 꽁꽁 잠궈놓고 전기 장판위에서 구르고 뒹굴던 한국 우리집 보다야 오히려 더 형편이 낫지 않나

비록, 처음 홈스테이로 들어간 주인집 아줌마와 트러블이 있어 지난 세 달 여 동안 거주지는 불안정하였지만 현지 음식 찾아다니기 보다 한국음식 사다가 편하게 먹고 추운겨울 뜨뜻한 라디에이터 옆에서 따듯하게 보내면서 처음의 그 굳센 각오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하루하루 평안한 삶에 안주하고야 말았다.

그러다가 지난 일요일 오후,
축구 좀 했다고 온몸의 근육이 뭉쳐 숨쉬기도 힘들 지경인 몸을 이끌고 슈퍼를 가려다가
이틀 전부터 어디 밸브가 잠겼는지 따듯한 물이 안나오는데 이 떡진 머리를 감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좀 했었다. 한국이었으면 당연히 머리감고 눈꼽 떼고 갈 것인데(난 모자는 안쓰니까), 이 나라 애들은 머리에 개기름 좀 흘러줘야 '아...  요놈 오늘 아가씨라도 만나러 가는가 보구나' 하니까.

근데 가만 생각하니까
그걸 고민하고 있는 내가 웃긴 거다.
머리 감을까 말까 하는 고민을 떠나서
아니!!  5개월 인턴쉽 하는 동안 5개월간 카자흐스탄 여행한다 생각하고
현지인들과 좋은 추억 만들어보자 했었는데
어느새 여행객이 아니라 알마티 주민이 되어서 주변 시선을 신경쓰고 있다는게...
내 주변에 둘러쳐진 관계, 교류 그 모든 것들을 뒤로하고
나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이곳에 와서는
또다시 주변에 나를 옭아매는 관계들을 잔뜩 만들어
이것이 여행인지 일상인지 헷갈려하며 움츠러 드는게 얼마나 웃기냔 말이지.

그래서 이제



어떡할까?
이제 어떡하지




고민 좀 해봐야지 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