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툴바



한미 FTA 조약 날치기 체결

2011/11/23 04:19
  한미 FTA의 자잘한 면들에 대해 뭐라고 할 순 없지만 이렇게 이해하면 크게 틀리진 않을 것 같다.
  "민간/공공체 가리지 않고 배틀로얄 속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그 전장 속에는 우리보다 먼저 들어가서 살아남아 온 힘 센 엉아들이 득실거리고 있다."

  이에 대해 @capcold 님의 블로그를 인용하자면,

즉각적 호소력이 있는 것은 알지만 과도하게 단순화시켜 매국/애국 범주로 설명할 이유가 없고, 착한/나쁜 FTA로 간접적 우상숭배에 빠질 이유도 없습니다. 그보다는 한국의 공공체가 배틀로얄 속에서(07년 글 참조) 공공정책들을 수호하기에는 아직 턱없이 실력이 부족하다는 – 이번 날치기의 파행 같은 것을 볼 때마다 더욱 커지는 – 우려와 함께, 무역효과로 인한 이익발생이 사회 전반으로 흐르도록 조율하는 기능이 원래도 부족한데 FTA를 빌미삼아 더욱 말라비틀어질 수 있다는 걱정이 넘칠 따름이죠. 이미 그쪽으로 움직이고 있는 세계환경에서 FTA를 빌미삼아 스스로를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나, 현실은 지난 수년간 사회체로서의 공공성 업그레이드 따위 별반 관심도 없고 자신들에게 돌아온다고 선전된 무역수지의 떡고물만 꿈꾸며 지나갔습니다. FTA는 절대 반대해야할 절대악이 아니지만, 닥치고 체결부터 해놓고 보자는 성과주의와 만나면 답이 없어집니다.


  그리고 저러한 무한 경쟁의 여파로 당장에 나라가 망해서 멕시코 꼴이 나거나 1,2년만에 온 국민이 빌빌대며 차라리 미국의 51번째 주로 들어가는게 낫겠다라고 사정할 정도일 리는 없다. 다만 야금야금 우리가 적응할 수 있는 범위에서 조금씩 더 사는게 힘들어질 것이라 예상한다. 그리고 여기서 우리라 함은 중산층 이하의 국민들이다. 중산층이 고달파지는 흐름은 FTA가 있건 없건 진행되온 것으로 원래 진행중이던 흐름을 한미 FTA가 가속하리라 예상하는 것이다.

  여기까지가 나의 현상 파악이다.

  추가로 @coldera 님의 트윗도 참고하면 좋겠다.

@coldera
 한미 FTA의 문제는 다른 걸 다 떠나서 미국식 사회 시스템을 통상 조약이라는 기묘한 형태로 단기간에 수입하느냐 마느냐의 문제. 거기에 적응할 수 있는 김종훈 손녀야 단번에 코즈모포리턴이 되겠지만,나머지는 글쎄, 아파트 한 두채 있다고 잘살까?


  미국식 사회 시스템을 단기간에 수입하는 것. 그것이 한미 FTA 이다. 
  

***

이제는 오늘 한나라당의 날치기 비준 통과 행위와 시위에 대해 얘기해보자.

  낮에 현석이네서 팀플 조모임을 하던 중에 인터넷 기사로 소식을 접했고 어이가 없었으며 이내 분노가 들끓었다. 우리 모두가 반대하는데 지네 맘대로 날치기라니?!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내 권리를 침해당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FTA 찬성/반대를 떠나서 이런 방식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진정으로 분노했다. 여기서 내가 가만 있으면 소중한 뭔가를 영영 뺏겨버리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어 본때를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에 학원 강의를 30분 일찍 마치고 여의도로 부랴부랴 향했다.

  명동으로 시위 장소를 옮겼다고 하여 다시 을지로 입구로 향했는데 트위터에 올라온 장소엔 시위자가 아무도 없었다. 다시 어렵게 트윗을 검색한 끝에 을지로 3가 쪽으로 가두행진을 갔다는 걸 발견하곤 그 곳으로 쫓아가 기어이 시위대와 합류를 했다. 가는 길에 곳곳에 보이는 닭장차가 긴장감을 고조시켰고 시위대 근처로 다가가자 그전까지 보지 못했던 아스팔트 바닥 위를 흐르는 물줄기를 보고 '물대포'를 떠올리며 더욱 긴장했다. 전경과 대치중인 시위대를 5~10분 가량 지켜보다 별다른 사태가 없는 것을 보곤 안심하며 시위대 쪽으로 합류했다. 처음이라 무척 조심스러웠다. 모두들 그 자리에 서서 '명박퇴진 비준무효'를 외치고 있었다. 혼자인 까닭에 소리치기가 부끄러워 가만히 지켜보다가 용기를 내어 입술을 떼었다. 앞에 계신 여자분이 우렁차게 '명박퇴진!' 하면 조용히 '비준무효' 하고 또 명박퇴진 하면 조용히 비준무효 하고. 혼자 쓸쓸히 참가한 시위에서 그렇게 처음 입을 맞춰 구호를 외치는 순간 왠지 여기 있는 사람들이 다 내 편이란게 실감이 나고 진짜 나 하나의 목소리가 하나로 끝나는게 아니라 큰 목소리로 바뀔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짠했다. 그리고 내 목소리도 그에 따라 점점 커졌다. 나중에는 목이 터져라 외칠 정도로. 그제서야 내가 정말 구체적인 행동에 나섰구나 하는 뿌듯함과 함께 현실이 실감이 났다.

  몇십분 후 트럭에서 엠프를 꺼내고 몇몇 사람들이 마이크를 들고 연설을 하기 시작했다. 아마 민주노총 사람들인 듯 했다. 말씀들도 잘 하시고 구호를 외치는 목소리 하나하나가 호소력이 있어서 확실히 운동을 많이 해본 사람들은 다르구나 싶었다. 다만 그들이 사용하는 용어들, '동지'라거나 '투쟁'이라거나 하는 것들은 껄끄럽게 느껴졌고 나는 단지 한미 FTA에 반대하고 날치기 체결을 규탄하기 위해 나왔는데 이명박 퇴진이라거나 우리의 투쟁 승리 라는 식으로 물타기 하는 점이 나에게 경계심을 불러 일으켰다.

  얼굴을 맞대고 하는 시위에서도 그럴진대 트위서나 페이스북 등의 SNS나 각종 인터넷에서는 또 얼마나 그런 선동과 조작이 난무했을까. 그래서 한미 FTA의 내용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내리기가 어려워 고민했던 사람이 나 뿐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결국 이렇게 FTA 조약이 체결 된 마당에 앞으로 시간을 두고 사건의 흐름을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본다면 참 거짓을 가려낼 수 있으리라 여긴다. 무엇이 괴담이었고 무엇이 진실이었는지를. 

  다만, 지금 모든 것이 혼란스럽다고 어떠한 판단도 보류한다면 결국 시간이 지나 또다른 역사적 결정 앞에 침묵할 수 밖에 없으리라는 거다. 지금 내가 아무 말 못하는 것처럼. 어렵더라도 지금 이 순간 무엇이 옳은 것인지 판단해보자. 그리고 지켜보자. 내년 총선. 그 다음 대선. 한미 FTA가 체결된지 5년, 10년 후의 모습까지. 정치적 견해나 철학이란 건 그렇게 만들어지는게 아닐까 싶다.
오늘 봤던 그 귀여운 고3 학생들도 일정부문 가슴에 불을 지핀 어른들의 선동에 발끈한 부분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정말로 자의였든 타인의 강요에 의한 것이었든 오늘 행동에 나선 그 아이들은 나보다 5년은 더 빨리 스스로의 견해를 만들어 간 것이고 다시 5년이 지난 후에는 오늘과 같은 상황에 나보다 훨씬 좋은 판단을 내릴 수 있었으리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나는 오늘 내 판단을 존중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나는 더 이상은 벙어리로 남고 싶지 않다.


마지막으로 오늘 시위 현장의 사진과 동영상을 아래에 첨부한다.

그리고 사족:
 이번 시위도 그렇고 한미 FTA 여론을 지켜보면서 불편했던 점이 하나 있는데 자기 주변의 의견이 전 국민의 의견인 양 착각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트위터에는 특히 한미 FTA에 격하게 반대하는 사람이 많고 그에 따른 의견 개진도 활발한 편이다. 이것은 단순히 나의 팔로잉 성향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 것 같다. 평소에 보수쪽 의견을 개진하는 분들도 가리지 않고 팔로우 하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그 분들은 그렇게 관련 여론 타진에 적극적이지 않은 편이었다. 그래서 트위터만 보다보면 아 전국민이 한미 FTA에 반대하는구나 라고 착각하기 쉽다. 그리고 오프라인에서도 주로 SNS를 활발하게 이용하는 친구들은 한미 FTA에 대한 반대 의사를 적극적으로 얘기하고 다닌다. 그래서 내 주변 사람도 다 FTA에 반대하는구나 라고 착각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알고보니 FTA에 찬성하는 친구들도 많았던 것이다. 다만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서 표현을 안 했을 뿐. 그리고 우리 부모님 세대는 어떠한가 한나라당이 하는 일이라면 웬만하면 긍정하고 찬성해주시는 분들이다. 그리고 그 분들은 절대 트위터 따위는 하지 않으시지. 그래서 국민의 여론은 우리 젊은 세대가 느끼는 것만큼 절대적인 FTA 반대는 아니라는 것이다. 시위 현장에 나가면 마치 99%의 국민이 FTA를 반대하는데 왜 체결하는 듯 호도하는 면이 불편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건 단순히 내가 생각했던 점을 기록하기 위해 적는 것인데 주변 친구들 중에서 학업이나 자기 할일을 묵묵히 열심히 하는 친구들은 보수적 성향을 띄는 친구들이 많고 FTA에도 찬성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그리고 반대로 FTA에 반대하고 주로 SNS의 여론에 편승하는 친구들은 그냥 평범한 대학생이랄까.. 자기 주관이 없이 이리저리 흔들리고 나처럼 게을러서 학업에도 소홀한 친구가 더 많다는 것이다. 자기 할일에 충실한 아이들은 스스로 기득권이 되려는 욕구도 강하고 또 자신이 이미 기득권이 될 수 있는 첫발을 디뎠다고 여기는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 보수 세력을 지지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그에 반해 진보를 자청하는 친구들은 그저 그게 옳은 것 같은 '느낌'때문에 지지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쉽게 보수로 변해버리는게 아닌가 싶었다. 





저작자 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