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아니면 도가 아닌 '개걸윷'

2014. 2. 13. 00:32



예전에 학원하면서 블로그에 적어둔 글들을 몇년 만에 찾아서 하나하나 읽어봤다.

내가 기억하는 것보다 더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을 보고 문득 안도감 같은 것이 들었다. 

'아 그래도 학원 한답시고 2년 그냥 날려 먹은 건 아니구나. 이렇게 진심으로 고민하고 뭔가를 시도해본 경험이 남았구나' 하는.


그 때를 회상하다가 문득 어떤 생각이 들어 여기 적어두려고 한다.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내 경쟁자들은 열심히 하지 않는다' 라는 것이다

좀 뜬금없지만 그 때 당시 주변에서 학원 하던 원장님들 중에 이 분은 정말 노력하는구나 하는 사람은 별로 못본 것 같다. 처음 그들의 출발은 어땠는지 몰라도 당시엔 그저 다들 되는대로 해먹던 사람들 같았고 그게 우리 학원이 처음부터 쉽게 자리잡은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남들이 대충 사니 나도 열심히 살지 말아야겠다는게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다. 완벽하지 못해도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일의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는 거다. 최근 자격증 시험에서도 계획했던 학습량의 1/3 만큼도 못했다고 후반부에 손놓고 있지 않았다면, 남은 몇일동안 그저 세네시간만 더 집중해서 문제라도 풀었으면 1점차로 떨어지는 일은 없었을 것 같다. 나는 이런 잘못을 참 자주 저지른다. 그동안 아침 9시부터 빽빽하게 할일을 계획해두고 늦잠을 잤다는 핑계로 오후 일정마저 유야무야 흘려버린 일이 얼마나 많았던가. 완벽한 실천에 너무 큰 의미를 두는 바람에 오전 시간을 날려버렸다는 이유로 남아있는 귀중한 오후를 무가치하게 여겼다. 사실은 내 경쟁자들도 똑같이 늦잠을 잤을 것이고 늦잠을 잤음에도 오후에 1,2시간이라도 더 노력한 사람이 합격의 기쁨을 거머쥐었을 것이다.


스포츠 경기를 자주 보다보니 내가 사는 이 세상도 그들과 같은 세계라고 착각하게 된 것 같다. 여기는 올림픽이 아니다. 그저 조금만 열심히 해도 두각을 보일 수 있는 취미반 수준의 동네일 뿐이다. 물론 매일매일을 태릉의 선수들처럼 열심히 사는 사람도 있겠지만 내가 보기엔 대부분의 사람들은 취미반에 있음에도 태릉 수준의 자기관리를 스스로에게 강요하다 이내 지쳐 포기해버리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내 능력에 비해 이상이 너무 컸던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다른 취미반보다 조금씩 더 노력하다보면 2군도 되고 1군도 되어볼 수 있는게 아닌가. 그 때가 되면 내 자기관리능력도 향상되서 리그에 걸맞는 노력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그저 겁먹지말고 남들보다 조금씩만 더 노력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내일은 첫 알람에 일어나지 못했다고 오후까지 이불 속에 숨어있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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